[국내 통신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 소비자·주주·시장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다]
통신 3사의 마케팅 경쟁, 도를 넘다
최근 국내 통신 산업이 마케팅 과열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대표되는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이 연간 수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각 기업은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과 사은품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마케팅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은 기업 전체 이익을 갉아먹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결국 소비자 요금 부담, 통신사 재무 건전성 악화, 그리고 시장 왜곡이라는 3중고를 낳는다.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 경쟁의 본질을 흐리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3대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7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약 6조 원에서 매해 점진적으로 증가해온 결과다. 이중 SK텔레콤이 약 3조 원,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2조 원 중반대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 유치와 번호 이동 시장점유율 경쟁, 그리고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를 위해 보조금, 사은품, 광고비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할 때 통신 대리점에서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외에도 '불법 보조금'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과도한 리베이트 지급 행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마케팅이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신사 간 점유율 쟁탈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케팅 과열로 인한 소비자 피해
이처럼 통신사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정작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최근 소비자단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혜택은 보조금 수준이 아닌 요금제를 통해 대부분 상쇄되며, 고가 요금제에의 유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받기 위해 선택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고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할 때가 많다. 이는 소비자에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유통 구조 개선이나 요금 인하 대신 일시적인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보조금 수준이 대리점 간 다르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도 심각하다. 같은 기간, 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임에도 일부 매장에서는 5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다른 매장에서는 20만 원만 지급되는 등 가격 통일성이 결여되어 소비자는 혼란을 겪기 쉽다.
주주 수익성 악화, 기업가치 훼손 초래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집행은 통신사 자체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실제로 통신 3사의 순이익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주주가치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KT와 LG유플러스도 고가 마케팅 전략의 여파로 이익 증가율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미국·유럽의 주요 통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영업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마케팅 외에도 R&D 투자,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고 있어 장기 성장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통신사들이 단기적인 점유율 확보에 몰두하는 사이, 글로벌 경쟁력은 오히려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과 제도 개선 요구 대두
통신사들의 마케팅 과열 현상을 촉진시키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다. 전국 곳곳에 OEM 또는 개인 사업자로 운영되는 휴대폰 대리점들이 많다 보니, 개별 매장 단위에서의 판매 경쟁이 과도하게 치달아 과잉 보조금 및 리베이트 지급이 빈번하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오히려 유통시장을 더 비공식적이고 음성적인 구조로 몰아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 통신비를 현실적으로 절감하고, 정부 개입 없이도 시장 구조가 자정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존 유통방식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리점 중심이 아닌 온라인 유통 강화, 투명한 가격 정보 제공, 공정위의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미래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재정립 필요
통신 산업은 단순 서비스 산업이 아닌, 국가의 첨단기술 및 산업경쟁력과 직결된 분야다. 5G·6G·AI·IoT 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마케팅에 주요 자금이 소진되는 구조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심각한 문제다.
현재의 마케팅 중심 구조를 방치한다면, 결국 소비자, 주주, 정부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의 단기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통신사들의 자체적인 자율 혁신과 사회적 책임도 막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 투명성 제공과, 시장이 자율적으로 과잉 경쟁을 줄여가는 방향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 – 보여주기식 경쟁보다, 본질에 충실할 때
현재 국내 통신시장이 겪고 있는 마케팅 과열은 ‘보여주기식 경쟁’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매출로 드러나는 수치나 점유율에만 집중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서비스의 질’과 ‘기술력’은 오히려 도외시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지출한 막대한 마케팅 비용만큼 인프라와 사용자 경험 품질에 투자했다면, 우리나라의 통신 기술은 더욱 앞서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방향을 전환할 시점이다. 통신사 간 진정한 경쟁은 요란한 광고나 보조금으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삶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솔루션에서 벌어져야 한다.
[표: 최근 5년간 통신 3사 마케팅 비용 추이]
연도 | SK텔레콤 | KT | LG유플러스 | 전체 마케팅 비용 총합 |
---|---|---|---|---|
2019 | 2.7조 원 | 2.2조 원 | 1.9조 원 | 6.8조 원 |
2020 | 2.9조 원 | 2.3조 원 | 2.0조 원 | 7.2조 원 |
2021 | 3.0조 원 | 2.4조 원 | 2.1조 원 | 7.5조 원 |
2022 | 3.1조 원 | 2.5조 원 | 2.2조 원 | 7.8조 원 |
2023 | 3.2조 원 | 2.6조 원 | 2.3조 원 | 8.1조 원 |
이번 사안은 통신 3사의 마케팅 남용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효율성과 소비자 권익에까지 연관된 중요한 주제이다.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산업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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